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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에 환율이 두 번 들어오는 자리

해외에서 벌어 오는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환율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들어옵니다. 매출에 걸린 환율과 자산에 걸린 환율이 다르고, 그 차이는 손익이 아니라 자본에 쌓입니다. 영업이익은 조용한데 순이익만 출렁이는 해가 생기는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회사가 쓰는 통화는 하나가 아닙니다

회계 기준은 회사가 다루는 통화를 두 가지 이름으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기능통화이고 다른 하나는 표시통화입니다.

기능통화는 그 회사가 실제로 영업하는 환경의 통화입니다. 제품 가격이 주로 어떤 통화로 매겨지는지, 인건비와 재료비를 어떤 통화로 치르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표시통화는 재무제표를 어떤 통화로 인쇄해 내놓을지에 대한 선택입니다.

둘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한국 회사가 원화로 영업하고 원화로 보고하면 같은 것이고, 해외에 자회사를 두고 있으면 그 자회사의 기능통화는 현지 통화인데 모회사가 만드는 연결재무제표의 표시통화는 원화가 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통화가 다른 순간부터 어딘가에서 환율을 곱해야 하고 그 곱하는 방식이 항목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외화로 한 거래를 기록할 때

먼저 회사가 외화로 거래를 했을 때입니다. 달러로 물건을 팔았다면 그 거래가 일어난 날의 환율로 원화 금액을 정해 기록합니다. 여기까지는 직관적입니다.

문제는 결산일까지 아직 돈이 오가지 않은 잔액입니다. 달러로 받을 돈이 남아 있다면 그 잔액은 결산일의 환율로 다시 재야 합니다. 팔던 날과 결산일 사이에 환율이 움직였다면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달라지고, 그 차이가 손익으로 잡힙니다.

실제로 돈을 받거나 갚으면서 확정된 차이는 외환차손익이라고 부르고, 아직 결제되지 않은 잔액을 다시 재면서 생긴 차이는 외화환산손익이라고 부릅니다. 앞의 것은 이미 실현된 것이고 뒤의 것은 장부에서만 움직인 것입니다.

이 두 항목은 대체로 영업이익 아래쪽에 놓입니다. 그래서 환율이 크게 출렁인 해에는 영업이익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순이익만 크게 움직이는 일이 생깁니다. 회사가 물건을 더 팔거나 덜 판 것이 아니라 갖고 있던 외화 잔액의 원화 값이 달라진 것입니다.

해외 자회사를 합칠 때는 환율을 두 개 씁니다

해외 자회사를 연결재무제표에 합칠 때는 방식이 또 다릅니다. 자회사의 재무제표 전체를 원화로 옮겨야 하는데, 이때 항목마다 다른 환율을 씁니다.

자산과 부채는 결산일의 환율로 옮깁니다. 결산일 현재 얼마짜리인지를 재는 것이므로 그날의 환율이 맞습니다. 반면 수익과 비용은 그 거래들이 일어난 날의 환율로 옮깁니다. 1년치 거래를 하나하나 따지기는 어려우니 실무에서는 대체로 그 기간의 평균 환율을 근사치로 씁니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어긋남이 생깁니다. 자산에는 기말 환율이 걸려 있고 매출에는 평균 환율이 걸려 있으니 계산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에 이미 옮겨 두었던 순자산도 올해 기말 환율로 다시 재게 되므로, 그사이 환율이 움직인 만큼 또 차이가 생깁니다. 그렇게 생긴 차액을 회계 기준은 손익계산서로 보내지 않고 기타포괄손익으로 보냅니다.

기타포괄손익으로 간 금액은 자본 안에 별도 항목으로 쌓입니다. 국내 재무제표에서는 흔히 해외사업환산손익이라는 이름으로 보입니다. 매년 쌓이기만 하고 순이익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나중에 그 해외 사업을 실제로 처분할 때 비로소 손익으로 옮겨집니다.

그래서 어떤 지표가 흔들립니까

자기자본이익률이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분모인 자본 안에 환산손익 누계액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사업이 그대로여도 환율이 여러 해에 걸쳐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자본이 부풀거나 줄어 있고, 그 위에서 계산된 비율은 사업의 수익성만 반영한 값이 아닙니다.

부채비율도 같은 이유로 흔들립니다. 부채비율의 분모 역시 자본이고, 해외 자산과 부채는 각각 기말 환율로 다시 재어진 값입니다. 환율이 크게 움직인 해에는 회사가 새로 빌린 돈이 없어도 부채비율이 달라져 있을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방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환 관련 손익이 대체로 영업이익 밖에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평온한데 순이익률만 크게 움직이는 해가 생깁니다. 두 비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해를 만나면 환 관련 항목부터 확인해 볼 만합니다.

매출성장률은 조금 더 미묘합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회사라면 작년 매출에는 작년 평균 환율이, 올해 매출에는 올해 평균 환율이 걸려 있습니다. 현지에서 판 수량이 똑같아도 두 해의 평균 환율이 다르면 원화 매출은 늘거나 줄어 보입니다.

주픽의 숫자는 환율이 이미 들어간 뒤의 숫자입니다

주픽은 국내 종목의 재무 지표를 전자공시의 사업보고서에서 가져오고, 연결재무제표를 우선합니다. 즉 화면에 보이는 값은 회사가 위에서 설명한 절차를 모두 마친 뒤에 공시한 숫자입니다.

주픽은 여기서 환율의 영향을 걷어내지 않습니다. 걷어내려면 회사마다 해외 사업의 구성과 통화별 잔액을 알아야 하는데 그 정보는 공시의 주석 안에 서술로 흩어져 있고, 종목마다 형식이 달라 기계적으로 읽어 낼 수 있는 자료가 아닙니다.

그래서 주픽의 부채비율과 자기자본이익률에는 환율이 만든 부분이 섞여 있습니다. 이것을 오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회사가 공시한 재무제표가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고, 그것이 그 회사의 실제 재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외 비중이 큰 회사의 지표를 볼 때는 환율이 만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한 가지 더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등급은 종목 간의 상대적인 위치가 아니라 고정된 구간표로 매겨집니다. 그래서 환율이 크게 움직인 해에는 해외 비중이 큰 회사들의 점수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밀릴 수 있습니다. 등급이 한 해 사이에 움직였다면 그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함께 그 기간의 환율이 어땠는지도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자본변동표와 주석을 열면 보이는 것들

손익계산서의 맨 아랫줄만 봐서는 환율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단서는 뒤쪽에 있습니다. 평소 잘 펼쳐 보지 않는 자본변동표와, 그 뒤에 붙는 주석입니다.

자본변동표를 보면 기타포괄손익 항목이 그해에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가 한 줄로 나옵니다. 여기가 크게 움직인 해라면 해외 사업의 환산이 그해 자본을 흔들었다는 뜻입니다.

손익계산서 아래쪽의 기타수익과 기타비용, 또는 금융수익과 금융비용 항목에는 외환차손익과 외화환산손익이 들어 있습니다. 금액이 순이익 대비 무시할 수 없는 크기라면 그해 순이익은 사업의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주석에는 환율 변동에 대한 민감도를 밝혀 놓은 부분도 흔히 있습니다. 환율이 일정 폭 움직였을 때 손익과 자본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회사가 계산해 둔 표입니다. 그 회사가 환율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회사 스스로 말해 주는 자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짚어 둘 것은, 환율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 자체가 좋거나 나쁜 신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해외에서 많이 버는 회사라면 환율에 노출되는 것이 당연하고, 그 노출을 줄이려고 미리 조치를 해 둔 회사도 있습니다. 판단해야 할 것은 노출의 유무가 아니라 그 회사가 그것을 알고 관리하고 있는지입니다.

본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주픽은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고 환율이나 실적의 미래 방향을 예측하지 않으며, 환율 노출이 크거나 작다는 사실은 어떤 형태의 추천도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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