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가 두 벌 나오는 회사들
상장회사의 사업보고서를 열면 같은 해의 재무제표가 두 벌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결과 별도입니다. 둘은 매출도 이익도 부채비율도 다르게 나오며, 어느 쪽을 봤는지에 따라 회사에 대한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해, 같은 회사, 두 개의 표
전자공시에서 상장회사의 사업보고서를 열면 재무제표가 한 벌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연결재무제표가 있고 그 뒤에 별도재무제표가 따로 붙습니다. 같은 회사의 같은 해인데 매출도 다르고 이익도 다릅니다.
처음 보면 어느 쪽이 진짜인지 궁금해집니다. 둘 다 진짜입니다. 다만 세는 범위가 다릅니다. 연결은 그 회사가 지배하는 자회사들까지 한 덩어리로 묶어서 보고, 별도는 그 회사 하나만 떼어 놓고 봅니다.
차이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지주회사입니다. 지주회사는 사업을 직접 하지 않고 자회사 지분을 들고 있는 회사입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매출이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 정도밖에 없어서, 수조 원짜리 그룹의 지주회사 매출이 수천억 원으로 찍힙니다. 같은 회사를 연결 기준으로 보면 그룹 전체 매출이 잡힙니다.
어느 쪽을 봤는지 모르는 채로 숫자만 옮겨 적으면 회사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이 글은 두 표가 무엇을 다르게 세는지, 그 결과로 어떤 지표가 어떻게 갈리는지, 그리고 주픽이 어느 쪽을 쓰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연결은 지배력을 기준으로 묶습니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하는 회사와 지배받는 회사를 하나의 경제적 실체로 봅니다. 법적으로는 별개의 회사들이지만, 경영을 좌우할 수 있는 관계라면 사실상 한 몸으로 보고 숫자를 합치는 것입니다.
합칠 때 그냥 더하지는 않습니다. 그룹 안에서 오간 거래는 지웁니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부품을 팔았다면 그룹 전체로 보면 아직 아무것도 판 것이 아니므로 그 매출은 제거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계열사끼리 물건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매출이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자회사를 100% 갖고 있지 않으면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자산과 매출은 전부 합치지만, 이익 중 다른 주주들의 몫은 따로 표시합니다. 그래서 연결 손익계산서 아래쪽에는 지배기업 소유주 몫과 비지배 지분 몫이 나뉘어 나옵니다. 회계 기준이 주당순이익의 분자로 삼으라고 정한 것이 이 중 앞의 것입니다.
연결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회사가 실제로 굴리는 사업의 크기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자회사에 부실이 쌓여 있어도 숨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룹으로 움직이는 회사를 이해하려면 연결이 기본입니다.
별도는 회사 하나만 봅니다
별도재무제표는 자회사를 합치지 않습니다. 대신 자회사 지분을 투자자산 한 줄로 적습니다. 그 지분을 얼마로 적을지에는 선택이 있어서, 취득 원가로 두는 방법과 지분 변동을 반영하는 방법 등이 쓰입니다.
그래서 별도 손익계산서에는 자회사의 매출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만 들어옵니다. 자회사가 아무리 잘 벌어도 배당을 하지 않으면 모회사의 별도 이익은 그대로입니다. 반대로 자회사가 큰 손실을 내도 별도 손익계산서는 조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별도가 쓸모없는 표는 아닙니다. 배당을 볼 때는 오히려 별도가 필요합니다. 배당은 법인이 자기 이익잉여금에서 지급하는 것이고, 그 이익잉여금은 별도 재무제표의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연결 이익이 아무리 커도 모회사 자체에 배당할 재원이 없으면 배당은 나오지 않습니다.
세금과 법적 책임도 회사 단위로 매겨집니다. 채권자가 보는 것도 그 법인의 자산이지 그룹 전체의 자산이 아닙니다. 두 표는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같은 이름의 지표가 두 값을 갖습니다
연결과 별도가 다르다는 말은 곧 그 위에서 계산되는 지표가 전부 두 값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매출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이 모두 그렇습니다.
부채비율이 대표적입니다. 자회사가 빌린 돈은 연결에서는 그룹의 부채로 잡히지만 별도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차입으로 사업을 키운 자회사를 여럿 둔 회사라면 연결 부채비율은 높고 별도 부채비율은 낮습니다. 같은 회사에 대해 재무 안정성 판단이 정반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갈립니다. 지주회사의 별도 영업이익률은 종종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옵니다. 매출이 배당과 사용료뿐이라 원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숫자를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 옆에 나란히 두면 비교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조금 더 미묘합니다. 별도 기준에서 자회사 지분을 취득 원가로 적어 두면, 자회사가 아무리 커져도 장부상 자본은 오래전 가격에 머물러 있습니다. 분모가 고정된 채로 배당 수입만 들어오면 비율이 실제 수익성과 어긋나게 됩니다.
그래서 두 회사의 지표를 비교할 때는 값보다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두 값이 같은 기준에서 나왔는지입니다. 연결 부채비율과 별도 부채비율을 맞대어 놓고 어느 회사가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자로 잰 길이를 비교하는 일입니다.
주픽은 연결을 먼저 봅니다
주픽은 국내 종목의 재무 지표를 전자공시의 사업보고서에서 가져옵니다. 이때 연결재무제표를 먼저 찾고, 연결이 없으면 별도로 내려갑니다. 자회사가 없는 회사는 애초에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으므로 별도가 유일한 자료입니다.
연결을 우선하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 그대로입니다. 회사가 실제로 굴리는 사업의 크기와 부담을 보여 주는 쪽이 연결이고, 자회사에 부실이 숨을 자리를 만들지 않는 쪽도 연결입니다. 등급이 재무 상태를 본다고 말하려면 그 상태가 그룹 전체를 포함해야 합니다.
다만 이 규칙에는 정직하게 밝혀 둘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화면에 나란히 놓인 국내 종목들의 부채비율이 전부 같은 기준에서 나온 값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은 연결이지만 일부는 별도입니다. 자회사가 없어 연결을 만들지 않는 회사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회사가 없는 회사에게 연결은 별도와 같은 표이므로 기준이 갈린다고 해도 실질적인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회사가 있는데도 연결을 구하지 못해 별도로 내려간 경우입니다. 그런 종목은 부채가 실제보다 가볍게 보일 수 있습니다.
유럽 통계청이 국가별 통계를 다룰 때 쓰는 기호 중에 정의가 다름을 뜻하는 것이 따로 있습니다. 값은 있지만 다른 정의로 계산된 값이라는 표시입니다. 통계기관이 별도 코드를 세울 만큼 흔하고 무거운 문제라는 뜻입니다. 주픽은 아직 개별 종목 화면에서 연결과 별도를 구분해 표시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 글과 기준 페이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표를 열기 전에 확인할 한 가지
재무제표를 직접 열어 볼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숫자가 아니라 표의 제목입니다. 연결재무제표인지 별도재무제표인지, 그리고 어느 기간인지입니다. 이 두 가지를 확인하지 않고 읽은 숫자는 나중에 어디서 온 값인지 되짚을 수 없습니다.
여러 회사를 비교할 때는 기준을 통일해야 합니다. 지주회사가 섞여 있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지주회사의 별도 숫자를 사업회사의 연결 숫자와 나란히 두면 매출 규모부터 자릿수가 어긋납니다.
한 회사를 시간에 따라 볼 때도 조심할 곳이 있습니다. 회사가 자회사를 새로 인수하거나 매각하면 연결의 범위가 바뀌고, 그 해의 매출 증가나 감소는 사업이 커지거나 작아진 것이 아니라 세는 범위가 달라진 것일 수 있습니다. 매출성장률이 갑자기 튀는 해를 만나면 그 회사가 그해에 무엇을 사고팔았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어느 쪽 표가 더 우수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연결은 사업의 크기를 묻는 질문에 답하고 별도는 그 법인 자체를 묻는 질문에 답합니다. 배당의 재원을 보려면 별도가 필요하고 그룹의 부담을 보려면 연결이 필요합니다.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아는 문제입니다.
본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주픽은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고 미래의 실적이나 주가를 예측하지 않으며, 연결과 별도의 어느 지표가 좋거나 나쁘다는 사실은 어떤 형태의 추천도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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