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에 PER이 여러 개인 이유
같은 회사를 같은 날 조회했는데 사이트마다 PER이 다르게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분자와 분모의 정의가 달라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숫자가 갈리는 지점을 하나씩 짚고, 주픽이 어떤 정의를 쓰는지 그대로 밝힙니다.
같은 날 조회했는데 숫자가 다릅니다
한 회사의 PER을 확인하려고 두 곳을 열어 본 적이 있다면 아마 겪었을 것입니다. 한쪽은 11배라고 하고 다른 쪽은 14배라고 합니다. 시세를 다시 봐도 주가는 같습니다. 그런데 배수는 다릅니다.
이럴 때 처음 드는 생각은 어느 한쪽이 갱신을 놓쳤겠거니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흔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두 사이트가 서로 다른 숫자를 나눠 놓고 둘 다 그 결과를 PER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정의만 보면 다툴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주당순이익이라는 말 안에 이미 여러 선택이 들어 있습니다. 어느 이익인지, 어느 기간의 이익인지, 주식 수는 언제 기준인지가 정해져야 비로소 하나의 숫자가 나옵니다.
이 글은 그 선택들이 어디서 갈리는지를 짚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숫자를 본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어느 쪽이 옳으냐가 아니라 그 사이트가 무엇을 나눴는지 밝히고 있느냐입니다.
분모에 들어갈 이익부터 하나가 아닙니다
회계 기준은 주당순이익을 어림잡아 쓰라고 두지 않습니다. 국제회계기준 중 주당이익을 다루는 기준서는 분자를 지배기업의 보통주 소유주에게 귀속되는 손익으로 못 박습니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전부가 아니라, 그중에서 자회사의 다른 주주들 몫을 떼어 낸 나머지입니다.
자회사를 100% 갖고 있지 않은 회사라면 두 숫자가 벌어집니다. 자회사가 100억을 벌었고 모회사가 그 회사의 60%를 갖고 있다면, 연결 재무제표에는 100억이 다 들어오지만 그중 40억은 다른 주주의 몫입니다. 어느 쪽을 분모에 넣느냐에 따라 PER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같은 기준서는 한 가지를 더 요구합니다. 기본 주당이익과 희석 주당이익을 같은 비중으로 나란히 표시하라는 것입니다. 희석 주당이익은 전환사채나 스톡옵션처럼 나중에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것들이 전부 주식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다시 계산한 값입니다. 주식 수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므로 대개 기본 주당이익보다 작습니다.
주목할 점은 회계 기준 자체가 두 숫자를 모두 내놓으라고 정해 두었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회사가 같은 날 발표하는 공식 자료 안에 이미 주당순이익이 두 개 들어 있습니다. 사이트마다 PER이 다른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애초에 정답이 하나가 아닌 자리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주픽의 사정도 밝혀 둡니다. 주픽이 국내 종목의 PER을 계산할 때 쓰는 이익은 기준서가 말한 지배기업 소유주 몫이 아니라 비지배 지분까지 포함한 당기순이익 총액입니다. 연결 손익계산서에서 먼저 나오는 합계 항목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자회사 지분을 100% 갖고 있지 않은 회사에서 비지배 지분에 돌아가는 몫이 플러스라면 분모가 그만큼 커지므로, 주픽의 PER은 기준서대로 계산한 값보다 낮게 나옵니다. 자회사들이 손실을 내서 그 몫이 마이너스가 되면 반대로 높게 나옵니다. 방금 함정이라고 지적한 자리를 우리도 밟고 있는 셈이고, 이 계산을 손보기 전까지는 적어 두는 편이 맞다고 봤습니다.
어느 12개월의 이익인가
분모가 정해져도 기간이 남습니다.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가장 최근에 끝난 사업연도의 연간 이익을 쓰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네 개 분기를 이어 붙인 이익을 쓰는 방식입니다. 뒤의 것을 흔히 최근 12개월 기준이라고 부릅니다.
두 방식은 성격이 다릅니다. 사업연도 기준은 감사를 마친 확정 숫자라 안정적이지만, 새 사업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대 1년 이상 묵은 이익을 계속 씁니다. 최근 12개월 기준은 분기 실적이 나올 때마다 갱신되어 최신이지만, 분기 숫자는 확정 전이라 나중에 정정될 수 있고 계절성이 큰 업종에서는 들쭉날쭉합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 방식이 만들어 낸 값을 나란히 두고 크기를 비교하면 그 순간부터 비교가 거짓이 됩니다. 이익이 늘고 있는 회사라면 최근 12개월 기준 PER이 사업연도 기준보다 낮게 나오고, 그 차이는 회사의 차이가 아니라 기간의 차이입니다.
주픽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국내 종목의 PER은 시가총액을 전자공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의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고, 해외 종목의 PER은 자료 제공처가 계산해 준 최근 12개월 기준 값을 그대로 받아 옵니다. 즉 같은 화면에 있는 두 종목의 PER이 서로 다른 기간에서 나온 값일 수 있습니다. 감추는 것보다 밝히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적어 둡니다.
이 차이 때문에 주픽은 지표 분포를 낼 때 국내와 해외를 한 표에 섞지 않고 통화별로 나눠 냅니다. 단위가 다른 것도 이유지만, 더 큰 이유는 두 집단의 PER이 같은 자로 잰 값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자의 주가에도 선택이 있습니다
분모만 갈리는 것이 아닙니다. PER을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쓰든, 시가총액을 순이익 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쓰든 수학적으로는 같아야 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는 우선주가 있습니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다른 종목코드로 따로 상장되고 가격도 다릅니다. 회사 전체의 값어치를 재려면 보통주와 우선주의 시가총액을 합쳐야 하지만, 종목코드 하나만 놓고 계산하면 보통주 몫만 잡힙니다. 반면 순이익은 회사 전체의 숫자입니다. 어느 쪽으로 맞추느냐에 따라 배수가 달라집니다.
자기주식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회사가 사들여 갖고 있는 자기 주식을 발행주식수에서 뺄지 말지에 따라 주당순이익이 바뀝니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그 차이는 무시할 만한 크기가 아닙니다.
주가의 시점도 있습니다. 장중 실시간 가격으로 계산하는 곳과 전일 종가로 계산하는 곳이 다른 값을 냅니다. 하루 안에도 배수는 움직입니다. 소수점 아래를 놓고 두 사이트를 맞춰 보는 일이 대개 무의미한 이유입니다.
주픽의 국내 PER은 거래소가 집계한 시가총액을 사업보고서의 당기순이익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이 값을 다시 계산하는 회차에 순이익이 0 이하로 확인되면 PER을 지웁니다. 종목 화면 위쪽 투자 지표 카드에서는 그 줄이 통째로 사라지고, 아래쪽 업종 비교 표에서는 하이픈만 남습니다. 비교 표는 옆 칸에 업종 중앙값을 두고 있어서, 줄을 없애면 견줄 대상까지 함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적자 회사의 PER은 음수가 나오는데, 그 음수는 싸다는 뜻도 비싸다는 뜻도 아니어서 숫자로 남겨 두면 읽는 사람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계산은 정해진 주기로 돌아갑니다. 흑자에서 적자로 막 돌아선 회사라면 다음 회차가 오기 전까지 이전에 계산해 둔 값이 화면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숫자가 지금도 유효한지 끝까지 확인하려면 결국 그 회사의 최근 공시를 직접 여는 수밖에 없습니다.
업종 평균 PER은 평균이 아닙니다
개별 종목을 넘어가면 문제가 한 겹 더해집니다. 업종 PER이나 시장 PER처럼 여럿을 묶은 숫자입니다. 이런 값을 볼 때 대부분은 소속 기업들의 PER을 평균한 값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계산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애스워스 다모다란 교수가 매년 무료로 공개하는 기업재무 데이터셋은 이 점을 변수 설명 문서에 분명히 적어 두었습니다. 업종의 PER은 개별 기업 PER의 단순 평균이 아니라, 업종 전체의 순이익 합계와 시가총액 합계를 나눠 구한다는 것입니다. 기업가치 배수도 같은 방식으로 합산해 계산한다고 밝힙니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계산을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익이 아주 적은 회사 한 곳의 PER은 수백 배로 튑니다. 그런 값이 몇 개 섞이면 단순 평균은 그쪽으로 끌려가고, 결국 그 업종의 어느 회사와도 닮지 않은 숫자가 됩니다. 합산 방식은 큰 회사의 비중이 커진다는 다른 성질을 갖지만, 적어도 극단값 몇 개에 통째로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방식이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입니다. 어느 사이트의 업종 PER 12배와 다른 사이트의 업종 PER 18배는 서로 다른 계산의 결과일 수 있고, 그 사실이 화면에 적혀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참고로 방금 인용한 데이터셋은 1년에 한 번만 갱신되며 전년도 3분기까지의 최근 12개월 자료를 씁니다. 올해 열어 본 표가 실은 재작년 말까지의 세상을 담고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픽이 업종 평균이나 시장 평균 대신 실제 분포의 사분위수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평균이라는 한 숫자는 계산 방식이 감춰지면 검증할 수 없지만, 사분위수는 몇 종목을 어떤 순서로 세웠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표본 수를 항상 함께 적습니다.
그래서 어느 숫자를 믿어야 하나
정리하면 PER이 갈리는 지점은 최소한 다섯 군데입니다. 지배주주 몫만 세는지 전체를 세는지, 기본인지 희석인지, 사업연도인지 최근 12개월인지, 우선주와 자기주식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여럿을 묶을 때 평균인지 합산인지입니다. 어느 조합을 고르든 그 결과를 PER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니 두 사이트의 숫자가 다르다고 해서 한쪽을 가짜로 몰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확인할 것은 그 사이트가 자기 정의를 적어 두었는지입니다. 정의가 적혀 있지 않은 숫자는 큰지 작은지를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다른 곳의 값과 비교할 수도 없고, 어제의 값과 비교하는 것조차 위험합니다. 정의가 조용히 바뀌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는 한 가지 습관이면 충분합니다. PER끼리 비교할 때는 같은 사이트 안에서만 하는 것입니다. 한 곳에서 두 회사를 비교하면 적어도 같은 규칙이 적용된 값끼리 견주게 됩니다. 사이트를 옮겨 가며 숫자를 주워 모아 한 줄에 세우는 순간, 그 줄은 회사의 차이가 아니라 계산 방식의 차이를 보여 주게 됩니다.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도 분명히 해 둡니다. PER이 몇 배면 싸고 몇 배면 비싼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 판단에는 업종의 구조와 이익의 성격, 그리고 지금 그 이익이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배수 하나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주픽의 등급에 PER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등급은 회사의 재무 상태를 보는 것이고 주가의 적정성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본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주픽은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고 미래의 주가나 이익을 예측하지 않으며, PER이 높거나 낮다는 사실은 어떤 형태의 추천도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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