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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회사가 더 좋은 등급을 받나 - 국내 200종목을 규모순으로 갈라 보니 상위 100과 하위 100의 차이는 2.5점이었다

해외 평가 연구에서는 회사가 클수록 점수가 높게 나오는 편향이 반복해서 보고됩니다. 주픽 등급에도 같은 편향이 있는지 2026년 9월 20일 국내 200종목을 시가총액순으로 갈라 재 봤습니다. 평균 차이는 2.5점으로 작았고 A 이상은 오히려 작은 쪽에 많았습니다. 규모가 실제로 가른 것은 점수가 아니라 PER 빈칸의 개수였고, 점수를 16.9점이나 가른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큰 회사가 유리할 것이라는 의심

등급을 만들다 보면 반복해서 돌아오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큰 회사가 더 좋은 등급을 받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닙니다. 기업의 환경과 사회와 지배구조를 점수화하는 ESG 평가에서는 회사 규모와 점수 사이의 양의 상관이 오래 보고돼 왔습니다. 경영학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는 그 원인을 평가 방식 자체에서 찾았습니다. 공시는 사람과 비용이 드는 일이라 큰 회사가 더 많이 내놓고, 평가 기관은 읽을 자료가 많은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짚은 핵심은 자료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점수를 올린다는 데 있습니다. 그 자료의 내용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렇습니다. 평가 대상의 실력이 아니라 평가 대상이 낸 서류의 두께를 재고 있었던 셈입니다.

주픽도 공개 자료를 모아 점수로 바꾸는 일을 합니다. 그러면 같은 함정에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 보기로 했습니다.

규모를 어디서 자를 것인가

재려면 먼저 큰 회사와 작은 회사를 가르는 선을 정해야 합니다. 이 선을 어디에 긋느냐가 생각보다 자의적입니다.

한국거래소는 규모별 지수를 만들 때 시가총액 순위로 자릅니다. 상위 100위까지가 대형주, 101위부터 300위까지가 중형주, 그 아래가 소형주입니다. 순위는 해마다 3월과 9월 두 번 다시 매기고, 기준은 정기변경일 직전 석 달의 일평균 시가총액입니다. 하루치 시가총액으로 자르면 그날의 변덕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규모 효과 연구에서 오래 쓰여 온 방식은 좀 다릅니다. 표준 자료로 통하는 케네스 프렌치 자료실은 기준선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의 시가총액 중앙값으로 잡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선으로 분류하는 대상은 뉴욕증권거래소에 나스닥과 아멕스까지 더한 전체입니다.

이 어긋남에는 의도가 있습니다. 나스닥에는 작은 회사가 훨씬 많아서, 전체를 한데 놓고 중앙값을 내면 기준선이 한참 아래로 내려갑니다. 기준은 좁고 안정적인 쪽에서 가져오고 분류는 넓게 적용해야 선이 해마다 출렁이지 않습니다.

두 방식이 알려 주는 것은 같습니다. 규모의 경계는 자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정한 것이고, 어떤 모집단에서 그 선을 뽑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 우리 목록의 모집단부터 밝히고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 목록은 이미 규모로 한 번 걸러져 있다

주픽이 국내에서 보고 있는 종목은 200개입니다. 시장 전체가 아니라 거래가 꾸준하고 자료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쪽을 골라 둔 목록입니다.

2026년 9월 20일 기준으로 이 200종목의 시가총액을 줄 세웠습니다. 가장 큰 종목이 1526조 원, 가장 작은 종목이 2.187조 원이었습니다. 중앙값은 5.587조 원이고, 이 값이 곧 목록 안 100위의 자리입니다.

여기서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목록의 가장 작은 종목도 시가총액이 2조 원을 넘습니다.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보면 200종목은 대형주와 중형주 구간에 들어가고, 소형주 구간은 사실상 한 곳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글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좁습니다. 시장 전체에서 규모가 등급을 가르는지는 이 자료로 알 수 없습니다. 이미 규모로 한 번 걸러진 목록 안에서, 남아 있는 규모 차이가 등급을 더 가르는지만 알 수 있습니다. 그 한계를 달고 재겠습니다.

200종목을 규모순 네 칸으로 갈라 봤다

200종목을 시가총액 순위대로 50개씩 네 칸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칸마다 종합 점수의 평균을 냈습니다.

1위부터 50위까지가 54.8점, 51위부터 100위까지가 55.9점, 101위부터 150위까지가 51.4점, 151위부터 200위까지가 54.4점이었습니다.

규모가 점수를 끌어올린다면 이 네 수가 순서대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장 높은 칸은 맨 위가 아니라 두 번째였고, 가장 낮은 칸은 맨 아래가 아니라 세 번째였습니다. 네 수 전체의 폭도 4.5점에 그쳤습니다.

둘로만 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 100종목 평균이 55.4점, 하위 100종목 평균이 52.9점으로 2.5점 차이였습니다. 방향은 큰 쪽이 높은 것이 맞지만, 100점 만점에서 2.5점은 등급 글자 하나를 바꾸지 못하는 크기입니다.

실측 커버리지도 같이 셌습니다. 아홉 지표 중 이번 갱신에 실제로 측정된 개수의 평균이 네 칸에서 각각 7.18개, 7.38개, 7.24개, 7.04개였습니다. 여기서도 규모와의 관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큰 회사라고 우리가 더 많이 재고 있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규모는 평균이 아니라 폭을 갈랐다

평균이 비슷하다고 두 무리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등급 분포를 펼쳐 놓으니 모양이 달랐습니다.

상위 100종목은 S가 1개, A가 13개, B가 54개, C가 25개, D가 7개였습니다. 하위 100종목은 S가 1개, A가 17개, B가 36개, C가 38개, D가 8개였습니다.

A 이상을 세면 상위 100이 14개, 하위 100이 18개입니다. 큰 쪽이 아니라 작은 쪽에 더 많습니다.

점수가 흩어진 정도를 재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표준편차가 상위 100은 14.0점, 하위 100은 17.0점입니다. 가운데 절반이 걸쳐 있는 폭도 20점과 27점으로 벌어집니다.

읽으면 이렇게 됩니다. 큰 회사는 B 한 칸에 몰려 있고, 작은 회사는 A 쪽과 C 쪽으로 함께 퍼져 있습니다. 이 목록 안에서 규모가 가른 것은 점수의 높이가 아니라 점수의 흩어짐이었습니다.

상식과 크게 어긋나는 결과는 아닙니다. 큰 회사는 여러 사업을 함께 안고 있어서 잘하는 부문과 못하는 부문이 서로 상쇄돼 가운데로 모이고, 사업이 하나인 회사는 그 하나의 상태가 지표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평균만 보면 두 무리가 닮아 보이지만 개별 종목을 고를 때 마주하는 위험의 모양은 다릅니다.

규모가 실제로 가른 것은 PER 빈칸이었다

규모와 나란히 움직인 수가 하나 있었습니다. 점수가 아니라 빈칸이었습니다.

네 칸에서 PER이 비어 있는 종목 수가 각각 3개, 6개, 12개, 14개였습니다. 점수와 달리 이쪽은 아래로 갈수록 정확히 늘어납니다. 둘로 갈라도 상위 100이 9개, 하위 100이 26개로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입니다. 회사가 적자면 분모가 음수가 돼 값 자체가 뜻을 잃고, 그래서 화면에 하이픈이 찍힙니다. 이 차이는 작은 회사에 적자가 더 흔하다는 이야기이지, 우리가 작은 회사의 자료를 덜 모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PER은 종합 등급을 만드는 아홉 지표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차이는 점수로 옮겨 붙지 않았습니다. 규모와 관련된 결측이 분명히 있었지만, 하필 채점에 쓰이지 않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 대목이 이번 측정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규모 편향이 없다는 말은 아홉 지표 안에서 없다는 뜻이지, 화면 전체에서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종목 페이지에는 채점에 쓰이지 않는 수도 함께 실려 있고, 그쪽에는 규모를 따라가는 빈칸이 있습니다.

점수를 진짜로 가른 것은 커버리지였다

규모가 2.5점을 가르는 동안, 훨씬 크게 가른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

아홉 지표가 전부 이번 갱신 실측인 종목이 27개였고 이들의 평균은 61.9점이었습니다. 실측이 여섯 개 이하인 종목이 64개였고 이들의 평균은 45.0점이었습니다. 16.9점 차이입니다. 규모가 가른 2.5점의 거의 일곱 배입니다.

이 결과는 앞선 두 글과 곧바로 이어집니다. 값이 없는 칸에는 각각 정확히 50점이 나오도록 역산한 중립 앵커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측정이 적은 종목일수록 총점이 50점 쪽으로 끌려가고, 잘하는 회사든 못하는 회사든 가운데로 모입니다.

국내외 564종목의 등급 칸 안 위치를 재어 본 앞 글에서도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B 칸 바닥인 50점 한 자리에 166개가 겹쳐 있었고 그중 159개가 아홉 지표를 하나도 측정하지 못한 종목이었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16.9점 차이는 같은 현상의 다른 얼굴입니다.

그러니까 주픽 등급을 읽을 때 옆에 두고 봐야 할 수는 시가총액이 아니라 실측 개수입니다. 이 수는 종목 페이지의 종합 등급 카드에 아홉 개 중 몇 개인지로 이미 적혀 있습니다.

해외 연구와 결과가 달랐던 이유

시작할 때 걱정했던 편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달랐는지 짚어 두는 편이 정직합니다.

ESG 평가는 회사가 자발적으로 낸 보고서를 읽고 점수를 매깁니다.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점수를 줄 근거가 없고, 그래서 안 낸 것이 못한 것으로 처리되기 쉽습니다. 보고서를 내는 데는 사람과 돈이 들기 때문에 이 구조는 곧바로 규모 편향이 됩니다.

주픽이 쓰는 아홉 지표는 성격이 다릅니다. ROE와 영업이익률과 부채비율처럼 이미 제출이 강제된 재무제표에서 기계적으로 계산되는 비율입니다. 상장사면 규모와 무관하게 내야 하고, 비율이라 분모에 회사 크기가 들어가 있어서 절대 규모가 상쇄됩니다.

그리고 값이 없을 때 벌점 대신 중립 앵커를 넣는 규칙이 여기서 한 번 더 작동합니다. 자료가 적은 쪽이 낮은 점수를 받는 경로 자체를 막아 둔 셈입니다.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 규칙은 규모 편향을 막는 대신 다른 문제를 만듭니다. 재지 못한 종목이 가운데로 모이는 현상이 그것이고, 바로 앞에서 본 16.9점이 그 비용입니다. 편향 하나를 막으면서 다른 하나를 받아들인 결과이지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닙니다.

검토했다가 하지 않기로 한 것

첫째, 규모별로 등급을 따로 매기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대형주는 대형주끼리, 중형주는 중형주끼리 줄 세우는 방식입니다. 하지 않았습니다. 재 보니 규모가 평균을 가르지 않았으므로 바로잡을 편향이 없고, 칸을 나누면 오히려 경계 바로 양쪽에 놓인 두 종목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채점됩니다.

둘째, 시가총액을 채점 지표로 넣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큰 회사가 더 안전하다는 통념을 점수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하지 않았습니다. 시가총액은 회사의 성적이 아니라 시장이 매긴 값이라, 넣는 순간 등급이 주가를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주픽 등급은 주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재무 요약이어야 합니다.

셋째, 이자보상배율을 아홉 지표에서 빼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세어 보니 200종목 중 166개가 이 지표를 측정하지 못했고, 사유는 162개가 원천 미제공이었습니다. 아홉 중 하나가 대부분 비어 있으면 그 칸은 사실상 앵커 전용 칸입니다. 그래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측이 많다는 이유로 지표를 빼는 일은 2026년 9월 1일에 실측을 놓고 검토한 뒤 접었고 다시 꺼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이 결측률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넷째, 이번 결과를 근거로 작은 회사가 더 낫다고 말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지 않습니다. A 이상이 18대 14로 작은 쪽에 많았지만 이것은 200종목을 한 번 찍은 스냅숏이고, 무엇보다 이 목록 자체가 시가총액 2조 원 위에서만 뽑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한 작은 쪽은 시장의 소형주가 아닙니다.

정리하면

평가 점수에 규모 편향이 끼어든다는 지적은 해외 연구에서 반복돼 왔습니다. 그래서 주픽 등급에도 같은 편향이 있는지 2026년 9월 20일 국내 200종목을 시가총액순으로 갈라 재 봤습니다.

네 칸의 평균은 54.8점, 55.9점, 51.4점, 54.4점으로 순서대로 내려가지 않았고 폭도 4.5점에 그쳤습니다. 상위 100과 하위 100의 차이는 2.5점이었고, A 이상은 14개 대 18개로 오히려 작은 쪽에 많았습니다. 실측 커버리지 평균도 네 칸 모두 7.04개에서 7.38개 사이에 머물러 규모와 무관했습니다.

규모가 가른 것은 점수의 높이가 아니라 흩어짐이었습니다. 표준편차가 14.0점과 17.0점으로 벌어졌고, 큰 회사는 B 한 칸에 몰리고 작은 회사는 A 쪽과 C 쪽으로 퍼졌습니다.

규모를 따라 정확히 늘어난 수는 PER 빈칸이었습니다. 네 칸에서 3개, 6개, 12개, 14개였습니다. 다만 PER은 채점에 쓰이는 아홉 지표가 아니라서 점수로 옮겨 붙지 않았습니다.

점수를 실제로 가른 것은 실측 개수였습니다. 아홉 개를 다 잰 27종목이 61.9점, 여섯 개 이하만 잰 64종목이 45.0점으로 16.9점 차이입니다. 규모 차이의 일곱 배에 가깝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주픽 등급을 읽을 때 옆에 두고 볼 수는 시가총액이 아니라 실측 개수입니다. 이 목록 안에서 회사의 크기는 등급을 거의 가르지 않았고, 우리가 그 회사를 몇 개나 재었는지가 가장 크게 갈랐습니다.

본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주픽은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고 주가의 미래 방향을 예측하지 않으며, 회사의 크기로 좋고 나쁨을 가르지 않습니다. 등급은 공개된 재무 지표를 정해진 산식으로 환산한 요약값이며 투자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인용한 수치는 2026년 9월 20일 국내 200종목을 대상으로 측정한 값이고 이 목록은 시가총액 2.187조 원 위에서만 뽑혀 있어 시장 전체를 대표하지 않으며, 갱신에 따라 달라집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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