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수가 바뀌면 과거 숫자가 다시 쓰입니다
액면분할이나 유상증자가 일어나면 그 회사의 과거 주가와 배당금이 오늘의 주식 수 기준으로 소급해서 고쳐집니다. 배당 이력표에 적힌 금액이 그해에 실제로 받은 금액이 아닌 이유와, 그럼에도 주픽의 지표 대부분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배당 이력표의 금액은 그해에 받은 금액이 아닙니다
주식 정보 사이트에서 어떤 회사의 과거 배당금을 훑어보는 일은 흔합니다. 몇 년 치가 한 표에 늘어서 있으니 이 회사가 얼마씩 주어 왔는지 한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표에 적힌 금액은 대체로 그해에 주주가 실제로 받은 금액이 아닙니다.
국내 대표 종목의 배당 이력을 실제로 열어 확인해 봤습니다. 널리 쓰이는 해외 데이터 제공처의 기록에는 2016년 결산 배당이 주당 550원, 2017년 분기 배당이 주당 140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같은 자료의 다른 항목에는 이 회사가 2018년 5월에 50대 1로 액면분할을 했다는 사실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두 정보를 겹쳐 놓으면 답이 나옵니다. 분할 이전의 배당금은 전부 오늘의 주식 수 기준으로 나누어 다시 적힌 값입니다. 550원에 50을 곱하면 27,500원이고 140원에 50을 곱하면 7,000원입니다. 그 시절의 주주가 한 주를 들고 받은 금액은 뒤쪽 숫자입니다.
이것을 오류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분할 전후의 금액을 그대로 늘어놓으면 2018년에 배당이 50분의 1로 폭락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표 어디에도 이 값들이 고쳐 쓰인 값이라는 표시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쳐 쓰기는 아주 오래된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급 조정이 몇 년 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대형 기술 기업은 1987년부터 배당을 지급해 왔는데, 데이터 제공처에 저장된 그 첫 배당금은 주당 0.000536달러입니다. 1달러의 2천분의 1도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같은 자료에 이 회사의 분할 기록이 다섯 번 남아 있습니다. 1987년에 2대 1, 2000년에 2대 1, 2005년에 2대 1, 2014년에 7대 1, 2020년에 4대 1입니다. 이 다섯을 모두 곱하면 224가 나옵니다.
저장된 0.000536달러에 224를 곱하면 0.1201달러입니다. 그 시절 이 회사가 분기마다 지급하던 12센트라는 금액이 그대로 복원됩니다. 즉 오늘 화면에 떠 있는 1987년의 배당금은 1987년의 사실이 아니라, 그 이후 40년 가까이 일어난 모든 분할을 통과시킨 뒤의 값입니다.
이 계산에는 외부 자료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제공처가 배당 이력과 분할 이력을 나란히 들고 있기 때문에 자기 자료만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은 곧, 마음만 먹으면 어느 쪽이 조정값인지 표시할 수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같은 숫자가 두 가지 뜻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앞서 본 국내 종목의 이력에서 가장 까다로운 자리는 분할 직전과 직후입니다. 2018년 3월 배당이 354원으로 적혀 있고 2018년 6월 배당도 354원으로 적혀 있습니다. 두 값은 완전히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분할은 그 사이인 2018년 5월에 일어났습니다. 3월의 354원은 그날 지급된 17,700원을 50으로 나눈 결과이고, 6월의 354원은 분할 이후에 실제로 지급된 354원입니다. 한쪽은 계산으로 만들어진 값이고 다른 한쪽은 그대로 받은 값인데 표에서는 구별되지 않습니다.
이 지점이 소급 조정의 진짜 비용입니다. 시계열을 매끄럽게 이으려는 목적은 달성되지만, 그 대가로 어느 값이 관측이고 어느 값이 환산인지에 대한 정보가 사라집니다. 표만 보고서는 이 회사가 분할을 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습니다.
배당 이력을 볼 때는 그래서 분할 기록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분할이 없었던 구간이라면 표의 금액을 그대로 읽어도 되고, 분할이 끼어 있다면 그 앞쪽은 전부 환산된 값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분할만 이력을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흔히 소급 조정은 액면분할 때만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지수를 만드는 회사들이 공개한 기업행위 처리 규정을 열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한 대형 지수 제공사의 규정은 분할과 무상증자의 조정계수를 증자 전 주식 수를 증자 후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정의합니다. 1대 5 분할이면 계수가 0.2입니다. 우리가 앞에서 역산한 50분의 1이 임의의 관행이 아니라 업계 표준 산식이라는 뜻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유상증자입니다. 같은 규정은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싸게 새 주식을 파는 경우에도 과거 주가를 조정합니다. 권리부 주가와 발행가를 배정비율로 가중평균해 이론적인 권리락 가격을 구한 다음, 그 값을 권리부 주가로 나눈 비율을 조정계수로 씁니다. 규정에 실린 예시는 300달러짜리 주식에 1대 4 비율로 260달러에 배정한 경우이고, 계수는 0.9733입니다.
여기서는 주식 수가 배로 늘지도 않았고 분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과거 주가가 2.67퍼센트만큼 내려 다시 쓰입니다. 새 주식을 싸게 팔았기 때문에 생긴 주가 하락은 회사 가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보고 그만큼을 덜어 내는 것입니다. 이력이 고쳐지는 사건은 분할 하나가 아닙니다.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 규정 문서는 16종이 넘는 기업행위 유형마다 산식을 빠짐없이 적어 두면서도, 왜 조정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두지 않았습니다. 절차는 완전히 공개되어 있고 의미만 비어 있는 셈입니다.
조정된 주가는 한 종류가 아닙니다
주가 쪽은 사정이 한 단계 더 복잡합니다. 널리 쓰이는 데이터 도구에서 같은 종목의 같은 날짜 종가를 옵션만 바꿔 두 번 받아 봤습니다. 2020년 8월 20일 종가가 한 번은 114.62달러로, 다른 한 번은 118.28달러로 나왔습니다.
차이는 배당입니다. 한쪽은 그 이후에 지급된 배당만큼을 과거 주가에서 미리 빼 둔 값이고, 다른 한쪽은 분할만 반영하고 배당은 건드리지 않은 값입니다. 앞의 것은 배당을 재투자했다고 가정한 수익률을 계산할 때 맞고, 뒤의 것은 그날의 시세 자체를 보려 할 때 가깝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둘 다 그날 화면에 떠 있던 숫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시점의 실제 종가는 400달러대였습니다. 며칠 뒤 일어난 4대 1 분할이 양쪽 모두에 이미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두 사이트에서 같은 날 같은 종목의 종가를 확인했는데 값이 다르다면, 한쪽이 틀렸다고 보기 전에 조정 방식이 다른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조정하지 않은 값, 분할만 반영한 값, 배당까지 반영한 값이 모두 그 종목의 종가라는 이름으로 유통됩니다.
주픽의 지표는 어디까지 흔들리지 않습니까
주픽이 등급 계산에 쓰는 지표는 아홉 개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 영업이익률, 매출성장률, 부채비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배율, 배당수익률, 배당성향, 연속배당연수입니다. 이 중 여덟 개는 비율이고 하나는 햇수입니다.
비율은 주식 수 변화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분자와 분모가 모두 회사 전체의 금액이거나, 주당 금액이라면 분자와 분모 양쪽에 같은 주식 수가 걸려 약분되기 때문입니다. 액면분할로 주식 수가 50배가 되어도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은 그대로입니다.
연속배당연수는 조금 다른 이유로 안전합니다. 주픽은 전자공시의 배당 보고서에서 주당 현금배당금 항목을 읽고, 그 값이 0보다 큰 해를 거슬러 세는 방식을 씁니다. 금액의 크기를 비교하지 않고 지급했는지만 확인하므로, 그 금액이 27,500원이든 550원이든 판정이 같습니다.
만약 주픽이 미국식 배당귀족 지수처럼 매년 배당을 늘렸는지를 셌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급 조정과 반올림을 거친 이력에서는 실제로는 늘었는데 표에서는 같아 보이는 해나 그 반대의 해가 생길 수 있고, 그러면 연속 기록이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 처리 방식을 설명하게 됩니다.
한 가지 예외는 짚어 두어야 합니다. 주가수익비율과 주가순자산비율의 분자인 시가총액은 유상증자로 실제로 커집니다. 새 주식을 팔아 회사에 돈이 들어왔으니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회사도 커진 것입니다. 이 경우 비율의 변화는 왜곡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조정으로 지워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은 또 다른 이유로 안정적입니다. 국내 종목의 경우 주픽은 이 두 값을 직접 계산하지 않고 회사가 사업보고서에 공시한 값을 그대로 받습니다. 회사가 자기 배당과 자기 주가로 계산한 값이므로 분할이 있었다면 양쪽에 함께 반영된 뒤의 숫자입니다.
고쳐 쓰는 쪽과 그대로 두는 쪽
과거 기록을 새 기준으로 다시 쓰는 일은 금융 밖에서도 일어납니다. 미국 프로야구는 2024년에 1920년부터 1948년까지 니그로리그에서 뛴 2,300여 명의 기록을 공식 기록부에 편입했습니다.
결과는 기록부의 맨 윗줄이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통산 타율 1위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던 선수에서 다른 선수로 교체됐고, 장타율과 출루장타율 1위도 함께 넘어갔습니다. 어제까지 1위였던 이름이 오늘은 1위가 아닙니다.
주목할 것은 방식입니다. 이 작업은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이루어졌고, 발표는 해당 기간 경기 기록을 약 75퍼센트 확보했다는 사실을 함께 밝혔습니다. 고쳤다는 사실과 무엇 위에서 고쳤는지가 한 세트로 나온 것입니다.
배당 이력의 소급 조정에는 그 한 세트 중 앞의 것이 없습니다. 값은 조용히 고쳐지고 화면 어디에도 고쳤다는 표시가 남지 않습니다. 소급 조정을 하느냐 마느냐는 목적에 따라 갈리는 선택이고 어느 쪽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골랐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표를 볼 때 확인할 것들
실무적으로는 세 가지만 챙기면 대부분 걸러집니다. 첫째, 배당이나 주가의 과거 값을 볼 때는 그 구간에 분할이나 증자가 있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있었다면 그 앞쪽 값은 오늘 기준으로 환산된 값입니다.
둘째, 두 사이트의 값이 다르면 어느 쪽이 틀렸는지 따지기 전에 조정 방식이 다른 것은 아닌지 봅니다. 특히 종가는 조정하지 않은 값과 분할만 반영한 값과 배당까지 반영한 값이 모두 통용됩니다.
셋째, 금액을 비교하는 지표보다 비율을 비교하는 지표가 이런 문제에 강합니다. 주당 얼마를 주었는지를 여러 해에 걸쳐 늘어놓는 방식은 소급 조정에 취약하고, 그해 이익 중 얼마를 배당했는지를 보는 방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픽이 배당의 연속성을 금액이 아니라 지급 여부로 세고, 등급을 비율 여덟 개와 햇수 하나로만 매기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주식 수는 회사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회사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등급이 따라 움직이면 그 등급은 회사의 상태가 아니라 회사의 결정을 반영하게 됩니다.
본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주픽은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고 주가나 배당의 미래 방향을 예측하지 않으며, 액면분할이나 증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어떤 형태의 추천도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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